건강을 지키는 수면의 비밀
100년 전쯤, 러시아의 한 과학자가 잠을 자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연구를 했다. 열 마리의 강아지를 계속 깨어 있게 하면서 잠을 자지 못하게 하자 4~5일 사이에 강아지가 모두 죽어 버렸다. 뒤를 이어 많은 과학자가 같은 연구를 했다. 그 결과, 강아지뿐 아니라 큰 개나 쥐도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하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죽은 동물의 몸속을 조사해 보니 대뇌에 있는 신경 세포가 다치거나 죽어있었다.
잠자는 동안 우리의 신체와 정신의 피로는 해소된다. 이 과정이 효과적으로 진행되어야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만성 수면부족 상태에 있다. 매일 필요한 수면시간보다 1~2시간씩 적게 자고 그것이 쌓여 졸음, 피로감, 집중력 부족, 우울함 등 정신적 후유증을 겪게 된다. 수면부족은 두뇌 활동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건강을 해치게 한다.
왜 밤이면 잠이 드는 것일까?
누가 가르쳐 주거나 시계를 보지 않아도 우리는 낮과 밤에 맞게 행동한다. 이것은 뇌 속에 지금이 깰 때인지 잘 때인지를 알려 주는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시계를 우리는 ‘생체시계’라고 부른다. 그럼, 뇌속의 생체시계는 어디에 있을까? 생체시계를 찾아내려면 우리의 눈을 따라 들어가야 한다. 눈에는 시신경이 이어져 있는데 시신경을 따라 뇌로 가면 생체시계가 모여 있는 ‘마을’에 도착한다. 이 마을 주민인 신경 세포들이 바로 우리 뇌 속에 있는 생체시계이다.
생체시계 마을에서는 직접 빛이 들어오지 않지만 눈과 연결이 되어 있어서 바깥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있다. 생체시계는 눈으로 빛이 들어오면 낮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빛이 들어오지 않으면 밤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재미있는 것은 생체시계는 매우 똑똑해서 한 번 낮과 밤에 익숙해지면 그 다음부터는 시각을 저절로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생체시계는 잠자는 시각을 어떻게 알려주는 것일까?
생체시계 마을의 신경 세포들은 낮과 밤에 따라 파도와 같은 음악을 연주한다. 이 음악은 소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글루탐산’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로 만들어진다. 낮과 밤에 따라 글루탐산이 파도와 같이 넘실거리는데 낮에는 글루탐산을 많이 만들어내고 밤에는 적게 만들어 낸다. 뇌 속에 있는 다른 신경 세포도 이러한파도소리를 듣고 낮인지 밤인지 알게된다.
잠이 든다는 것은 뇌의 문이 닫히는것
낮동안에는 뇌의 문이 활짝 열려있어서 세상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날고 있는 새를 눈으로 본 뒤 새라고 알게 되는 것도, 빛으로 이루어진 새에 관한 정보들이 전기신호로 바뀌어 뇌의 문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밤이 되고 생체시계가 ‘이제 잘 시간이야!’하고 알려 주면뇌의 문은 서서히 닫힌다. 뇌의 문이 닫히면 바깥의 정보가 더는 들어오지 않게 된다. 이렇게 뇌가 문을 닫고 ‘더 이상 정보를 받지 않아요’하고 선언하는 것을 우리는 ‘잠’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잠이 든다는 것은 뇌의 문이 닫혀 바깥세상의 정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과 같다.
잠이 들 때 우리의 뇌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많이 만들어낸다. 멜라토닌은 잠이 오게 하는 수면제라고 할 수 있다. 멜라토닌은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데, 뇌의 문을 단단히 잠그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밤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깊은 잠을 잘수 있는 것도 바로 멜라토닌 때문이다.
아침이 다가와 멜라토닌의 양이 줄어들고 생체시계가 ‘이제 깰 시간이야!’하고 알려주면 우리의 뇌도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 서서히 뇌의 문이 열리고 마치 백화점에 손님이 하나 둘 들어오듯이 점차 소리도 들리고빛도 보이게 된다. 즉,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잠자는 동안 뇌는 무슨 일을 할까?
우리가 자는 동안 뇌는 지친 신경 세포를 쉬게 하고, 치료하는 일을 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다시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우리가 자는 동안 뇌는 낮에 경험했던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일을 한다. 이때 중요한 부분은 장기 기억 창고에 넣어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고 필요 없는 부분은 휴지통에 넣어 잊게 한다.
만약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오히려 공부한 것을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잘아는 아인슈타인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천재들은 낮잠을 즐기고 잠자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몸이 자는 동안 뇌가 하는 또 다른 일은 꿈을 꾸는것이다. 꿈을 꾸면서 깨어 있을 때는 할 수 없었던 일을 하고, 즐거운 혹은 나쁜 경험을 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뇌는 몸이 깨어있을 때와 비슷하다. 깨어 있는 것과 다른 점이라면 뇌의 문이 닫혀 있어서 꿈속에서 하는 행동이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잠이 너무 안 와서 고민하거나 반대로 아무때나 잠이와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사람들은 대부분 뇌에 이상이 있거나 마음에 병이 있는 사람들이다. 우울증이나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모두 잠을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런가하면 멀쩡한 사람도 잠을 자지 않으면 맥박이 제멋대로 뛰며 눈이 가물가물하고, 판단도 제대로 못하게 된다. 다시말해 잠을 잘 못자면 뇌가 해야할 일들을 제대로 할 수 없게된다.
<수면을 방해하는 잘못된 상식>
01. 술을 먹으면 잠이 잘 온다?
술을 먹으면 잠이 잘온다는 사람이 있다. 술은 우리 뇌에서 수면제와 거의 비슷한 작용을 한다. 그래서 술을마시면 졸리고 잠들기 쉬워진다. 하지만 숙면을 못취해 오랜시간 자도 피곤하다. 또 잠이 들고 시간이 지나 알코올이 분해되기 시작하면 각성작용이 일어나 새벽에 잠이 깨기 쉽다.
02. 모자란 잠은 한꺼번에 보충하면 된다?
주말이면 모자란 잠을 보충한다는 생각에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거나 낮잠을 자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자란 잠 때문에 이미 일어난 신체적, 정신적 피로는 나중에 많이 잔다고 해도 회복되지 않는다. 오히려 생체리듬을 흐트러뜨려 오랜시간 잠을 자도 더 피곤하게 된다. 평소에 잠이 부족하다면 늦잠을 자는 것보다 오히려1~2시간 정도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03. 잠자기 전 운동과 뜨거운 목욕은 수면에 좋다?
뜨거운 물에 푹 담그고 목욕하거나 운동을 하고 나면 잠이잘 올 것 같지만 사실과 다르다. 잠들기 전의 심한 운동은 오히려 교감신경의 활동이 활발해져 잠을 방해한다. 기분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정도가 알맞다. 목욕도 뜨거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에 20~30분 정도 담그는 것이좋다. 몸이 따뜻해지면서 잠이 잘온다.
04. 한 번 올빼미 체질은 바꾸기 힘들다?
그렇지않다. 만일 자신이 올빼미 체질이라고 해도 기상시간을 빠르게 바꾸면 아침형 인간으로 바뀔 수 있다. 그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아침햇살. 생체시간은 햇빛을 쐬면 그것을 신호로 세팅되어 그날의 시계를감지한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다면 조금은 고통스럽겠지만 눈을 뜨자마자 바로 햇빛을 쐬자. 또 식사를 하거나 물을 한 잔 마시는 것도 몸을 깨울 수 있는 포인트.
05. 미용을 위해 엎드려 자는 것이 좋다?
잠을 자는 데 있어서 특별히 올바른 자세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편안하게느끼는 자세로 자는 것. 편하게 잠들지 못할 때에는 수면이 얕아지고, 도중에 일어나게 되는 등 숙면을 취할 수 없다. 하지만 엎드려 자면 배로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배가 볼록 나오게 될 뿐만 아니라 심장에 무리를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엎드려 자는 사람의 80~90%는 입을 벌리고 자게 마련. 이렇게 되면 얼굴 근육이 느슨해져 피부가 탄력을 잃기 쉽고, 그에 따라 얼굴이 커질 수밖에 없다.
06. 배가 고파 잠이 안 올 때는 먹어도 좋다?
배가고파 잠이 오지 않을 때는 차라리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잠들기 바로전에음식을 먹는 것은 잠을 방해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좋지 않다. 자기 전에 먹으면 위장이 쉬어야 할 시간에 다시 소화활동을 일으켜 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몸에서 보내는 배가 부르다는 자극이 뇌에 전달되면 잠을 억제하게된다. 하지만 도저히 배가고파 잘 수 없을 때는 탄수화물과 단것을 아주 조금만 섭취하는 것이 좋다.
07. 1시간 정도의 낮잠은 몸에 좋다.
아침잠이 부족하다고 1시간 이상 낮잠을 자는 건 하루 생활 리듬을 완전히 깨뜨리는 원인이 된다. 하지만 졸음에 시달려 희미한 정신으로 지내는 것보다 짧게자는 것이 오전 중에 쌓인 피로를 덜어주고 몸에 활력을 더해준다. 버스 안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10분 정도 쪽잠을 자는 게 효과적이다. 또 낮잠은 가능한 한 오후3시 이전에 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