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안전사고, 대책은 없는 것일까?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에는 평소 멀리 있는 부모님, 조카들, 자녀들이 더욱 떠오릅니다. 더군다나 5월을 맞이 해 가정의 달 행사를 대대적으로 하는 곳들도 많아서 더욱 그 의미를 생각하게 되는데요. 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대한민국으로 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가족들이 더욱 생각날 것입니다.
최근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합법적으로 한국에 와서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도 많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하기 위한 조건 중 안전은 이주 노동자에게도 참 중요한 요소인데요. 과연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월간 안전보건 4월호 실린 서울 외국인노동자센터 이재산 소장의 글로 함께 생각을 나누면 좋겠습니다.
얼마 전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인 D 씨(31세)가 우리 센터를 찾아와 산재상담을 하고 싶다고 해서 사정을 듣게 되었다. 아마도 회사에서 산재처리를 해주지 않아 도와달라고 하겠거니 생각하며 상담을 시작했다. 그러나 D 씨가 내게 털어놓기 시작한 이야기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
안타까운 이주노동자들의 안전사고
D씨는 안산에 소재하고 있는 공장에서 일하다 2013년 12월 프레스기계에 의해 화상을 입어 왼손 손가락이 모두 녹아버린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산재판정을 받아 수술을 했지만 손가락은 복원되지 못했고 손가락이 있었던 자리만 세 갈래로 나누어 놓았다. 하지만 치료가 끝난 후에도 참기 힘든 통증이 지속되었고, 차라리 손목을 자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라 찾아온 것이었다. 화상을 입은 손을 보면서 그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당장 센터에서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손목 절단이 필요한지에 대한 의사 소견서를 안산근로복지공단에 제출하고 재요양신청을 하여 심사가 받아들여지면, 절단 후 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안내하는 것이 전부였다.
우리나라에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업 등 안전이 취약한 업종에서 일하기 때문에 산업재해에 빈번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국인의 산재비율은 줄고 있지만 이주노동자의 산재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2013년 12월 경남이주민센터가 경남에서 일하는 아시아 13개국 출신 남・여 이주노동자 415명을 대상으로 ‘경남 거주 이주노동자 노동・생활실태 조사’를 했는데, 경남지역 이주노동자의 40%가 산업재해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13년 10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회’에서는 설문 조사에 응답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57.8%가 산재로 다치거나 아팠던 경험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는 산재보험이 적용되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도 산업재해를 당하면 산재보험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주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된 것은 1994년 경실련 강당에서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들의 농성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시 이주노동자는 산업연수생이란 신분으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정부의 즉각적인 조치로 산재보상을 받도록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이주노동자, 인권이 보장된 일터가 필요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은 참을 수 없는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산업재해를 당한 후 산재판정을 받아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산업재해를 당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외국인근로자의 산업재해율이 증가함에 따라 산재예방을 위한 정부의 정책이나 제도가 속속 마련되고 있다. 또한 산재예방을 위해 소책자, 스티커, 전단, 영상물 등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그런데도 산재는 끊이지 않고 오히려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건설현장에서의 산재 발생이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가장 큰 원인은 공사비 부족이라고 한다. 즉 안전보다는 공사기한을 우선시하다 보니 안전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산재예방활동에는 사업주의 배려와 관심이 필수적이다. 사업주가 교육의무를 소홀히 해서 이주노동자가 산재예방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도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에게 장갑, 장화, 작업복 등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으며, 더욱 큰 문제는 아직 농축산 이주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제외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따라서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을 줄이기 위한 예방 대책과 제도 개선이 다각도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이주노동자를 고용한 모든 사업장에서 근로자 수와 관계없이 산업안전교육의무화 또는 정기적으로 산업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예, 1회 이상 의무교육 실시). 또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만든 각종 홍보물 등이 이주노동자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사업주의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고, 홍보물을 제작한 기관에서도 이주노동자 고용 유무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우편 발송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며, 이주노동자가 있는 사업장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사업체와 원활한 협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안전사고 예방, 개인의 노력은 필수
건설현장에서 이주노동자의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앞당기지 않고 안정적인 작업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적정한 공사비가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숙련된 이주노동자가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입국하여 일을 배우고 어느 정도 숙련되어 일을 할 만하면 다시 출국해야 하는데, 재입국 시 연령을 높여주면 좋겠다는 현장의견이 많다. 현재 고용허가제로 입국할 수 있는 이주노동자의 연령은 만40세 미만이다. 보통 30대는 제조업을 선호하고 있어, 30대 중반에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5년이 되면 출국해야 하는데, 나이 제한에 걸려 입국 제한이 되면 숙련된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축산 이주노동자는 근무시간이 일정한 사업장(버섯농장 등)에 한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어야 휴일 및 휴게시간의 확보 등 안정적인 작업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특히 농축산 이주노동자의 작업 현장이 대부분 오지에 있어 관계 기관의 관리 감독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작업환경에 따른 장비 지급이나 인권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 감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의 원인이 모두 사업주나 정부 또는 제도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주노동자들 스스로 산재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산업재해를 당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고, 기계나 작업도구의 사용법을 정확히 숙지한 후에 사용하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산업재해로부터 취약한 이주노동자의 산재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이 적극적으로 마련되면 우리나라 전체 산재율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