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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5-18 07:54
반장님, 제가 조~~금 다쳤어요.
 글쓴이 : 한국건설안…
조회 : 4,709  

반장님, 제가 조~~금 다쳤어요.


[2014 근로자 안전사고 체험수기 공모전 장려상 당선작]



작년 여름, 칠월의 태양이 무색하게 유독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후덥지근했다.

이런 날씨엔 내부작업이 낫다며 나와 세 명의 근로자는 사용하지 않는 지하철 매표소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안전화와 안전모를 나눠주었다. 김씨는 발이 작아서 안전화가 조금 컸지만 괜찮다며 안전화를 신었다. 오전부터 시작해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작업이 시작되었다. 가장 어려운 블록담 철거였고 철거 경험이 많은 김씨가 블록을 깨는 장비인 해머드릴을 잡았다. 두 시간 정도 일을 하니 2/3정도가 해체되었고 가장 단단한 바닥 콘크리트만 남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던 중 김씨가 발가락을 조금 다쳤는데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을 했다. 드릴이 작동을 안해 주둥이를 바닥에 두드렸더니 튀어 오르면서 새끼발가락을 찍었다는 것이다. 안전화를 벗겨보니 새끼발가락 쪽에 약간의 피가 배어 있었지만 다행히 큰 사고는 아닌 듯 했다. 병원을 가라는 말에도 김씨는 약국만 가도 충분하다고 일 마치고 가겠다고 나를 안심시켰다.


서둘러 작업을 완료하고 김씨와 함께 약국을 찾았다. 김씨의 발을 보니 새끼발가락 가운데 부분이 부풀어 있었고 피멍이 들어있었다. 소독을 하는데 갑자기 김씨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 불안한 마음에 김씨를 태운 후 큰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 뼈가 부러져 깁스를 하고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치고 바로 왔다면 일주일이면 될 것을 병을 키워 완쾌까지는 한달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냥 가겠다는 김씨를 야단쳐 간신히 깁스를 했다. 그리고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산재처리를 받을 수 있게 했다. 김씨는 오늘은 집에 가고 내일 집 근처 병원으로 옮기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도 연신 미안해했다. 집까지 데려다 주는 것을 극구 사양해 어쩔 수 없이 집 입구에 내려준 후 돌아갔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김씨가 전화를 걸어 온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구급차로 실려간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본 김씨의 얼굴은 온통 새카맸고 두손은 가늘게 떨렸다. 간호사가 어제 응급처치는 잘 되었는데 움직이는 바람에 발가략뼈가 산산조각 났고 술도 좀 마신 것 같다는 것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산재수속을 한 후 병실에 가니 김씨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나는 수첩을 꺼내 그 동안의 일을 정리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내가 너무 안일했다. 안전화를 다양하게 준비했어야 하는데, 같은 치수를 갖고 온 것이 실수였다. 작업 전 장비 점검을 안한 것도 화근이었다. 김씨가 다친 것을 알았을 때 바로 병원에 데리고 왔어야 했고 병원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설득했어야 했다.

가장 큰 실수는 김씨의 말을 믿고 계속 일을 시킨 것이다. 보통 근로자들은 현장에서 다치면 자기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못해서 돈을 못 받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부상을 말을 안 하거나 부상범위를 작게 말한다. 나 역시 김씨의 말을 순진하게 믿어 버렸고 부상이 커졌다.


노동과 땀으로 만들어진 김씨의 잠든 얼굴을 본다. 김씨는 산채치료와 요양급여를 받겠지만 상당 시간 부상의 아픔을 겪을 것이다. 한 순간의 방심이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준다. 결국 문제는 사람에게 있다. 우연히 발생한 안전사고는 없다. 작업 준비를 하다가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 그게 바로 우연한 안전사고의 시작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하늘을 보았다. 맑고 투명한 별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앞으로 김씨와 나의 인생도 저 별빛처럼 빛나면 얼마나 좋을까



     
 

본 수기는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주최한
'근로자 안전사고 체험수기 공모전'의 당선작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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