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센트의 진화, 안전이 첨단이다
가전제품을 사용할 때 반드시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야 합니다.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해당하는 과정으로 익숙하다보니 콘센트의 위험성을 간과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콘센트가 모든 전자기기의 접점이다 보니, 전기 안전사고도 바로 여기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100V의 전기를 쓰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220V의 전기를 쓰므로 더 위험합니다. 감전사고는 우리 몸에 흐르는 전류량에 따라 피해 정도가 결정되는데, 1mA 정도가 되면 느낄 수 있고, 5mA가 되면 고통을 느끼며, 10mA이면 근육경련이 일어나며, 100mA의 전류가 흐르면 목숨을 잃을 수 있습니다.
가정용 전기에 감전됐을 때 피해는 어느정도일까요? 전류량은 우리 몸의 저항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 몸이 건조할 때(50만 Ω)는 220V의 전기에 0.44mA의 전류가 흐르지만, 땀에 흠뻑 젖으면(1,000Ω) 220mA의 전류가 흐흡니다. 사망에 이를 수 있는 100mA보다 두 배나 더 큰 수치입니다. 즉, 젖은 손으로 콘센트를 만지다 감전되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이런 위험성으로 우리나라와 같은 전압을 쓰는 유럽의 경우, 화장실에는 콘센트가 없는 건물이 대부분입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콘센트 안전 커버를 씌워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쓰지 않는 콘센트 구멍을 플라스틱 커버로 막아두고 쓸 때만 플러그를 꽂아 사용하게 하거나, 아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플러그를 꽂을 수 있게 하는 방법입니다. 일부러 어린 아이의 힘으로는 안전 커버를 빼기 어렵게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번거롭기는 하지만 위험 요소를 예방할 수 있어 효과적입니다.
멀티탭 사용도 주의해야 합니다. 요즘에는 가전제품의 종류가 많아져 콘센트가 부족하다 보니, 멀티탭을 많이 사용하는대요. 문어발식으로 멀티탭을 사용하면 위험하다는 것은 다 아실 겁니다. 콘센트 하나가 감당할 수 있는 전류량은 제한이 있는데 멀티탭에 꽂은 가전제품의 수가 많을수록 콘센트에 많은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전류가 많이 흐르면 전선에 열이 발생하므로 화재의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안전 기능을 넣은 멀티탭이 좋은데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열이 나면 자동으로 전력을 차단하는 장치입니다. 옆에 버튼식 스위치가 붙은 멀티탭을 봤다면 이 방식입니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오차 범위가 넓고, 신뢰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많이 쓰지 않습니다. 전자기판이 들어있어 과전류를 LCD판에 표시하고 자동으로 차단하는 멀티탭도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는 복잡한 전자회로 대신 변압기의 원리를 이용해, 너무 많은 전류가 흐르면 LED와 버저가 동시에 울려 경고하는 ‘과전류 알림 기능을 탑재한 리셉터클’을 개발해 실용신안에 등록했습니다. 이 방법을 멀티탭에 적용하면 저렴한 가격으로도 신뢰성이 높은 과전류 경고를 할 수 있게 됩니다. 90년대를 풍미한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로봇은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싸우는 ‘유선 로봇’이었습니다. 에반게리온이라는 거대 로봇조차 전기 에너지로 움직일 만큼, 전기 에너지는 강력하고 편리하다는 뜻이 아닐까요? 가전제품이 더욱 많아진 현대 사회에서 콘센트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콘센트를 잘 통제해서 강한 힘에 따르는 안전도 강하게 지킬 수 있길 바랍니다.
<월간 안전보건 11월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