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을 보는 눈이 산업안전의 시작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을까요? 높을까요?
우리나라의 산재율은 1965년 6%였던 것이 작년에는 0.53%까지 줄였지만 그 이후에는 거의 멈춰있는 수준이고, 선진국과 비교해 전반적으로 높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노력을 게을리한 것은 아닙니다. 산재율을 낮추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행하지만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업주의 생각과 태도의 변화가 절실합니다. 사고나 질병을 예방하고 안전보건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사업주가 관심을 가지고 챙겨야 하는데요. 사업주의 의지와 책임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산업안전보건의 기본 원리, 사업장에서부터 적용돼야 해요.
‘위험성 평가제도’는 사업주의 자주적 책임 관리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제도화하기 위함입니다. 사업주는 최소한 자기 사업장에 문제가 될 만한 요인이 무엇이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또 사고나 직업병이 발생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얼마나 심각한지 예측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것은 적절한 예방책과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험에 직접 노출된 직원들에게는 그 과정과 정보를 공유해야 합니다. 하지만 법으로 규정된 내용이 아니면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어 강제로 이행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양한 사업장의 내용을 일일이 법으로 명시하기도 어렵고, 명시해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사업장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세계적인 분위기가 되었고 위험성 평가가 등장한 것입니다.
‘위험성 평가’란 사업장 내의 안전보건 관리대상을 파악하고 초과위험에 대한 조치방안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과정입니다. 또한 이 제도의 핵심은 ‘사업주가 자기 사업장의 사고 발생 요인이나 직업병 유발요인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우리보다 먼저 산업재해와 직업병을 경험한 유럽은 이미 1960~70년대에 산재관리를 위해서는 사업장 내부 시스템의 작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업장 내 산재 및 직업병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그 중에서 초과위험으로 판단된 것에 대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사업주의 기본의무이자 기본원리로 채택했습니다.
마침내 1989년 EU에서 산업안전보건 기본지침(OSH Framework Directive, 89/389/EEC)을 제정〮공표 하게 되었고, 대부분의 회원국 역시 본격적으로 위험성 평가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유럽은 위험성 평가제도에 대한 경험을 20년 가까이 이어왔고, 그 성과 역시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 중 대표적으로 싱가포르와 일본은 비교적 최근에 위험성 평가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사업주의 의무!!
각 사업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령에 있는 조항을 하나하나 검토하여 잘 준수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란 사실 쉬운일이 아니죠. 하지만 위험요인들을 찾아 나열해 놓고 각 위험요인들이 통상적으로 위험한지를 판단한 후, 위험하다고 의심된다면 우선 법적 규정을 살펴보는 것이 사업장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안전인식입니다. 실제 이런 과정을 거치면 사업장에서 일차적으로 위험한 상황이 걸러지게 되며, 적어도 사업장에서는 문제점과 그 문제가 현재 안전한 상태인지 불안전한 상태인지 그리고 법적 기준을 만족하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위험성 평가절차와 과정은 상당히 간단하며 내용을 3점 또는 5점으로 평가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위험성 평가 시행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결과에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잠재적 위험요인을 파악하는 과정에 작업자가 모두 참여함으로써 작업자 개개인의 작업과 작업장소에서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됩니다. 이것만 해도 산재예방의 절반은 성공한 셈입니다. 또한, 외부의 전문가가 단기간의 점검이나 진단을 통해서 파악하는 것보다 그곳에서 항상 일하는 작업자가 더 많은 잠재적 위험요인을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 평가의 장점입니다.
둘째, 위험성 평가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잠재적 위험요인의 문제와 심각성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고 셋째, 위험성 평가결과를 통해 작업장의 위험요인에 대해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요인들은 대부분 드러나는데요. 결과에 따라 가장 심각한 위험요인부터 제거해 나가면 중대사고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잠재적인 유해 위험요인을 놓치는 경우도 있고 높은 위험을 저평가하는 등 평가 자체에 오류가 생길 위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근로자 교육을 강화하면 보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작업장의 위험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잘 알아야 할 당사자는 그 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와 사업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외부의 도움을 받더라도 직접 참여하여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