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의 공사현장
옥상에 오른 박 씨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건물이 생각보다 높아 땅이 아득해 보였던 것입니다. 무엇보다 작업환경이 영 못 미더웠습니다.
“아니, 아직 비계 해체작업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작업발판을 싹 치워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추락방지망도 하나 없고 말이야.”
박 씨의 말대로, 옥상 비계 해체작업을 진행하기엔 위험요소가 너무 많았습니다. 비계를 건물 외벽에 고정하는 ‘벽이음’ 역시 규정과 달리 드문드문 설치돼 있었습니다. 박 씨는 불안한 눈빛으로 이 씨를 바라봤지만 이 씨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박 씨 대신 비계 위로 몸을 옮겼습니다.
“에이,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얼른 시작하시죠!”
작업은 우려와 달리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이 씨는 비계기둥에 온몸을 의지한 채, 야무진 손놀림으로 강관 파이프를 해체했습니다. 그런데 이 씨의 작업을 지켜보던 박 씨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습니다. 이 씨가 몸을 기댄 비계기둥에서 뭔가 이상한 점이 포착됐습니다.
‘어라? 상부 비계기둥과 하부 비계기둥을 연결할 때는 보통 규격용 연결핀을 사용하는데… 왜 엉뚱한 부품이 끼워져 있는 거지? 저건 연결핀이 아니라 수직 파이프랑 수평 파이프를 고정할 때 쓰는 ‘클램프’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