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톤 철판이 덮쳐버린 건설현장 안전의 무게
기중기 이동경로에 복공철판 덮기
PHC 파일 공사 전문업체인 B사는 최근 A사에서 시공 중인 화력발전소의 염소주입동 기초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부터 이 공사에 투입된 항타보조공 이 씨는 믹서플랜트 조작 담당입니다. 사고가 있던 날은 오전에 석탄취급설비동 기초공사가 완료돼 오후부터 기중기, 복공철판, 믹서플랜트 등 관련 장비를 염소 주입동으로 운반하기로 했습니다. 굴삭기 운전원 황 씨는 염소주입동 주변 부지에서 정지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씨는 PHC 파일 공사가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이 없어 굴삭기를 따라다니면서 공사잔해물을 치우는 등 작업을 보조했습니다.
오후 2시 30분쯤 믹서플랜트와 복공철판을 실은 트레일러가 먼저 도착하고 잠시 후 3시쯤 기중기가 도착했습니다. 염소주입동 부지 근처 기중기가 이동해야 하는 길에는 청고 압호스가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염소주입동 좌측에 위치한 취수 펌프장에서 우측 상부에 있는 침사조로 용수를 전달하는 직경 200mm의 고압호스입니다.
“어이, 황 씨! 기중기 이동하기 전에 청고압호스 위에다 복공 철판을 덮으라고 하시네. 저 무거운 기중기 실은 트레일러가 호스 위를 지나가봐. 아무리 고압호스라도 그 무게를 견뎌내 겠어?” 작업반장인 서 씨가 굴삭기 운전원인 황 씨에게 작업 내용을 지시했습니다. “암요, 그래야죠. 호스 터졌다간 이 근처가 다 물바다 될걸요?” 황 씨는 사람 좋게 웃으며 굴삭기 버켓링크를 아래쪽으로 내렸습니다.
있지 말았어야 할 자리, 굴삭기와 복공철판 사이
황 씨에게 지시를 마친 작업반장 서 씨는 굴삭기의 버켓링크 인양고리에 샤클과 파운드리 후크를 부착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후크 고리의 구부러짐 폭이 좀 넓어 보였습니다. 다른 파운드리 후크를 찾아서 바꿔 끼울까 하다가 ‘에이, 이번 한 번만 더 쓰지 뭐’ 하며 마음을 접은 서 씨. 고리의 끝부분이 굴삭기의 운전석 방향으로 향하도록 한 후, 복공철판 상단 인양 구멍에 끼우고 물러나며 옆에서 보조하던 이 씨에게 일렀습니다.
“나는 저쪽으로 가서 신호를 줄 테니까 이 씨는 철판이 잘 들어 올려지는지 지켜봐.” “예!” 하고 대답한 이 씨는 그대로 굴삭기와 복공철판 사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잠시 후, 굴삭기를 작동시킨 황 씨는 파운드리 후크에 매달린 복공철판 한쪽면을 바닥에 닿게 한 상태에서 굴삭기 운전석 반대방향으로 눕히려고 레버를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쪽면을 바닥에 지지한 채로 들어 올려지던 복공철판이 갑자기 파운드리 후크에서 빠지면서 굴삭기 운전석 방향으로 넘어졌습니다. 이 씨가 자리를 잡고 있던 바로 그 곳이었습니다. 커다란 복공철판이 덮쳐오자 당황한 이 씨가 “어! 어!” 소리를 질렀지만, 피할 새도 없이 복공철판은 이 씨의 어깨를 짓눌렀습니다. 그대로 쓰러진 이 씨, 바닥에 있 던 돌에 안면과 머리를 강타당해 숨지고 말았습니다. 규격보다 20mm 더 벌어진 후크는 건설현장 안전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이 사고, 막을 수는 없었을까?
| 해지장치가 있는 후크를 사용했더라면… |
이 사고에서 사용된 인양고리의 원래 규격은 구부러짐 폭이 90mm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인양고리의 폭은 정품 규격보다 20mm 더 벌어진 110mm였다.
1) 이렇게 변형된 파운드리 후크를 사용한 데다, 2.98톤의 철판을 들어 올리면서 후크 해지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인양물이 떨어질 위험성에 대한 대비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2) 또한 재해자가 위치해있던 굴삭기와 복공철판 사이는 사고 위험이 높은 곳으로, 작업 시 근로자의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
중량물을 운반하기 위한 인양고리는 변형되거나 균열이 있는 것을 사용하면 안되며, 후크 해지장치를 사용하는 등 운반 중 이탈되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해야 합니다. 굴삭기를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부딪힐 위험이 있는 장소와 운반물의 낙하·쓰러짐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는 작업을 금해야 합니다. 현장관리자는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평소에 안전교육을 실시하여 이와 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