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안전관리자의 리더십 노하우를 듣다
현장안전관리자의 경우 작업자의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해 조금은 강도 높은 안전점검과 안전수칙을 현장에 적용시켜야 하는 때가 많다. 그 과정에서 여러 작업자들과 대화하고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러한 시간이 반복되다보면 그 현장의 안전관리자만이 갖는 안전리더십 노하우가 쌓이기 마련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윤용준 과장은 10년 경력의 베테랑 안전관리담당자다. 조선소 및 각종 중공업 현장에서 안전관리업무를 익혀온 그는 현장 근로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희 두산건설 마카텍BG는 외국의 고객사들로부터 플랜트 설비를 주문받아 제작하고 있습니다. 대형 구조물을 제작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구조물 안에 들어가 작업할 때가 많은데요. 저희 EHS팀은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각 작업현장마다 사전 위험성평가를 진행해 위험성을 제거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수립된 안전방안은 현장에서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관건인데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충·수정하는 과정을 통해 현장의 안전을 지켜나가고 있습니다.”
해외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현지의 안전수칙을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해외 고객사가 요구하는 안전수칙은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수준이 높기 때문에 해외 안전수칙을 받아들이는 현장 작업자들이 생경하게 여기거나 불편하지 않도록 이끄는 것이 윤용준 과장의 주요 업무다.
“저희 현장은 OSHAS 18001, ISO 9001 등 다양한 국제 안전기준을 일찌감치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호주의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함에 따라 호주 현지의 안전수칙을 현장에 적용시켜야 하는데요. 호주에서는 용접작업 시 보안경과 보안면을 이중으로 착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 현장에서도 똑같이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엔 작업자들이 다소 불편하게 여기기도 하지만 이중 보안기구를 착용하지 않아 안구에 용접불꽃이 튀어 사고가 발생한 호주 현지의 사례를 설명해 사고의 위험성이 더 와 닿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은 거의 모든 작업자들이 안전장비를 이중, 삼중으로 착용하는 것에 동참하고 자발적인 안전관리활동을 펼치고 있다. 건설 및 중공업 현장의 경우 중장비를 작업자가 직접 조작하거나 운전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부분 사상사고로 이어진다. 윤용준 과장은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안전수칙을 지키는 것은 자발적이어야 하며, 작업자의 휴먼에러를 방지하기 위해 평소 이전의 관성을 벗을 수 있도록 꾸준히 설득하고 대화한다. 장비를 사용하고 시스템을 관리하는 작업자의 ‘손’과 ‘마인드’를 리드하는 윤용준 과장은 “건설·중공업 현장안전관리자는 강제성을 띤 안전관리활동보다는 설득형 안전관리를 통해 자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주)효성 울산공장은 의류제작 시 사용되는 나일론 원사, 의료 및 산업용 폴리에스터 칩(Chip), 자동차 타이어에 사용되는 타이어코드(타이어보강재) 등을 생산한다. 환경안전팀에서 근무하는 황상우 안전관리자는 16명의 동료들과 함께 작업현장을 매일 주기적으로 작업허가서에 따라 사전조치항목을 점검하고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때 작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주)효성 울산공장에서 시행하는 ‘TOP Patrol 진단’을 통해 유해·위험요소를 차단하고 위반되는 수칙이 없는지를 꼼꼼하게 살핀다. 화학공장 특성상 화재 및 폭발, 열처리공정, 보일러, 방사 공정 등에서 취급하는 물질이 고온으로 운전되기 때문에 화학물질 누출 시 화재발생 위험성이 높다. 이러한 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처리하는 것이 업무의 포인트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수백 명의 작업자들의 경우 자신의 업무범위에 국한해서 원칙과 규정을 가늠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전관리자가 일관된 태도로 기준을 제시하고 안전교육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작업자들에게 비슷한 경우의 사고사례를 메일로 전파해 이론과 더불어 현장의 사례를 더한다. 황상우 안전관리자가 사업장에 안전문화를 뿌리내리도록 노력하는 핵심은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경영자층과 매일 아침 30분 간 진행되는 1:1 안전교육이다.
“사업장의 규모가 클수록 경영자가 먼저 움직여 지휘하고, 소단위 조직으로 확산되고 개별적인 근로자와 현장까지 뻗어나가는 것이 안전문화를 안착시키는 데 있어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 환경안전팀은 안전경영리더십을 통해 안전의 문화적인 측면을 접근합니다. 경영자층과 매일 진행되는 안전교육·면담시간에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최선을 다해 전달하고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파급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입니다.”
황상우 안전관리자가 사업장의 안전과 근로자의 안전사고예방을 위한 안전리더십을 발휘하는 핵심은 두 가지다. 일관성 있는 기준과 근거를 제시하는 것, 그리고 안전문화 전파에 있어 경영자층부터 인식의 변화가 이루어지도록 매일 안전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안전관리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그의 안전리더십은 작업자·경영자와 하나가 되어 자연스럽게 빛을 발한다.
신세계백화점 의정부점 안전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백재선 안전관리자는 5년 넘게 안전관리업무를 수행해오고 있다. 의정부 주민들이 지역명소로 꼽는 곳인만큼 백화점의 안전관리 또한 타 사업장의 모범이 될 정도로 완벽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부담감과 책임감 또한 적지 않다.
“백화점은 고객의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안전 또한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안전팀은 타 부서와 협조하고 고객과 직원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매년 안전점검을 강화해 더욱 편리한 백화점을 만들어나가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백재선 안전관리자는 직영 근로자뿐 아니라 협력사원들까지 정기교육을 실시하고 장기적으로 의식개선을 위한 사고예방활동에 중점을 둔다. 매장을 비롯해 백화점 곳곳에 설치된 시설물에서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것이 그의 주 업무이다. 백화점 특성상 넘어짐과 끼임 사고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매장 내 청소작업자들의 교육을 주기적으로 시행하고 매장 직원들에게는 이물질이 생겨 사고가 발생한 사례를 전파함으로써 직원 스스로가 이물질을 제거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끈다.
“안전교육은 주로 백화점 오픈 전 아침에 이루어지는 데 많은 직원이 다같이 모여 교육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참석한 직원들이 내용을 전파할 수 있도록 유도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교육수강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도 합니다.”
안전관리 업무를 하다보면 경영자층, 타 부서, 매장 직원 등 여러 사람들과 부딪치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느 사업장이건 ‘안전’은 최우선의 가치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동조와 협조 아래 안전문화를 뿌리내리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백재선 안전관리자는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고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안전관리에 대한 지속적인 언급과 피력’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안전관리자로서 작은 것부터 변화시키고 개선되도록 사업주와 직원들 사이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고 타협점을 찾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특히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합니다. 교육이 반복되고 안전에 대해 끊임없이 피력하다 보면 결국 안전으로 가는 길이 보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피팅룸의 문에 도어스토퍼를 도입해서 이중고정장치를 하도록 한 것은 이러한 변화의 사례로 볼 수 있다.